고등학교 1학년 때 수행평가로 썼던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의 서평입니다. 이거 몇 점 받았었더라…?
인공지능, 기적적이면서 위협적인 존재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를 읽고
‘인간 VS 기계’, 이 제목은 ‘나에게 인간과 기계의 우열을 가릴 수 있을까? 가릴 수 있다면 어떤 쪽이 더 우월하다 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던져주기 충분했다. 그리고 결국 기계가 더 우월하다는 결론이 나와 버렸을 경우 인간이 뭘 해야 할지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과연 인간과 기계의 맞짱에서 누가 이길지, 그리고 인간이 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김대식 교수의 ‘인간 VS 기계’와 함께 알아보자.
인공지능의 발전, 사라지는 직업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에서는 전반부에 인공지능의 발전 과정을, 후반부에는 이렇게 발전한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대결 및 미래를 주 내용으로 삼고 있다. 그중 단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후반부인데, 이 후반부의 내용이 우리 미래 사회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작가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전체 일자리의 수, 그리고 현재 직업의 47%가 줄어들 것이라 주장한다. 또한, 이 책에서는 로마의 이야기를 제시하며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세상, 그리고 이로 인해 생길 인공지능 기술을 가진 기업으로의 부의 집중과 이들이 지급하는 불로 기본 소득,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일을 하지 않게 되자 시간이 남아돌게 되는데, 이 시간을 자아실현이 아닌, 그저 자극적인 콘텐츠만 소모하며 살아가는 디스토피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앞으로 인간이 인공지능과 로봇에 수많은 일자리를 빼앗기리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사실들을 접하고 나서 매우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직업의 1%, 4.7%도 아닌 47%가 사라져 버리다니…. 거기다가 인공지능이 발달했을 때의 디스토피아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아무도 일하지 않는 세상, ‘일하면 진다’는 말이 현실이 되는 세상, 모두가 인공지능 기술 보유 기업에서 주는 밥만 먹고, 하루하루 유튜브 같은 곳에 올라온 자극적인 영상만 보며 사는 세상이라니, 이러면 인간의 존재 가치가 부정되는 게 아닌가? 모든 부분이 인상적인 임팩트를 주는 덕분에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꼽을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도 머리에 남아 있는 부분은 바로 이 직업과 디스토피아였다.
“우리는 기계와 다르다.” 이 책이 전하는 모든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은 문장이라고 생각하는 문장이다. 우리는 기계와 다르다는 생각이 이런 사라지는 직업과 관련된 문제를 조금이나마 구제해 줄 수도 있을 테고,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문장을 기억해 두면 직업의 47%가 사라지는 상황에서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직업군에 뛰어들거나,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직업을 창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문장을 기억해 두면 일을 대신 해 주는 인공지능 로봇들 사이에서, 할 것 없이 뒹굴뒹굴 노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아 실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상 이 책 전체의 감상평을 이 한 문장으로 때울 수 있을 만큼, 이 문장이 내포하는 의미는 상당히 강하다. 우리는 언제든 기계에게 따라잡혀, 하루하루 놀고먹는 기계가 되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계와는 다르다는, 그 일념 하나만으로도 이런 문제들은 대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불가피한 발전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에는, 인공지능의 발전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는, 아주 신기하고 재미있는 책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후반부가 시작되고, 미래 디스토피아와 관련된 내용이 시작되자, 나는 본격적으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번 파트에선, 아까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하자.
언제 MBC에서 인공지능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방송한 적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해당 직업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 도표와 함께 인터뷰를 내보냈다. 이때 직업별 대체율은 낮게는 30%대 후반에서 높게는 80%대까지 올라가기도 했는데, 이를 들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매우 당혹스러운 듯한 반응을 보였다. 놀라운 점은 이 ‘앞으로’가 단 10년 후라는 것이었다. 즉 2, 30년 후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을 프로그래밍하는 세상이 되면 인공지능이 완전히 인간을 대체하는 사태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책의 작가는 인공지능이 가장 위협을 끼칠 나이를 분석해 놓았다. 40대 이상이야 인공지능이 보편화될 때 쯤에야 이미 은퇴해 있을 가능성이 높고, 2, 30대의 경우 인공지능 대혼란을 겪긴 하겠지만, 현재의 기술이 2~30년 후에도 쓰일 가능성이 높은, 느린 기술의 발달 속도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위험한 연령대는 바로 10대였다. 10대가 사회에 진출하여 기반을 쌓아갈 때 즈음 인공지능이 보편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0대는 앞으로 인공지능을 능가할 수 있는 분야의 재능을 길러야 하는데, 문제는 인공지능은 뭘 잘하고 뭘 못하는 지 모른다는 데 있다. 즉 사회에 나가자마자 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밀려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과연 이런 상황에 처하면, 우리는 어떤 심정을 느끼게 될까? 일단 나라면 암담하기만 할 것 같다. 기껏 힘들게 노력해서 취직을 했더니, 동료 사원들이 갈수록 AI 로봇으로 대체되기만 하고, 얼마 안 가서 나도 곧 잘리고 내 자리를 AI 로봇이 차지할 것이라는 불안감만이 가득할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듣도보도 못한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강제로 백수 라이프를 보내게 된다면 어떤 심정을 느끼겠는가? 그저 암울하고 참담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암담함을 극복하고 인공지능이 가득한 세계에서 살아나가야 한다.
인공지능, 딥러닝 없으면 빈 깡통이죠
지금까지 암울한 후반부 얘기를 해 왔으니, 이번엔 전반부 얘기를 해 보자. 삼성이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버튼까지 따로 만들어서 탑재해 둔 빅스비(Bixby),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4승 1패로 이세돌을 쓰러뜨린 알파고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배경이 과연 무엇일까? 그렇다. 바로 딥러닝이다. 인공지능을 형성하는 데 딥러닝 기술이 거의 필수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 책에서도 딥러닝 기술을 상당한 분량으로 다루고 있다. 딥러닝 기술에 대해 짤막하게 요약하고 넘어가자면, 기계에게 특정한 개념에 대해 정의해주지 않고, 제공된 수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개념을 학습하는 기술이다.
딥러닝, 이 무서운 기술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마 빅스비에게 명령을 하기 위해 비슷한 명령어들을 계속 가르쳐주거나, 빅스비의 프로그래머들이 빅스비에 쓰일 명령어 세트를 일일이 입력하고, 명령어에 따른 행동들을 일일이 짝지어 주고 있었을 것이다. 인공지능에게 강아지 하나 가르쳐 주기 위해서 강아지 사진 천만 장을 긁어모아 그 사진 하나하나 당 강아지라는 정의를 입력하지 않고, 강아지 사진 천만 장을 주고 조금만 가르쳐주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이건 강아지다.’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딥러닝 기술이다.
딥러닝 기술, 인공지능의 기반을 형성해 주는 이 기술은 불과 예전만 해도 없었다. 하지만 딥러닝 기술이 개발된 지금은 딥러닝 없는 인공지능을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이 기술 덕분에 현재 인공지능이 이렇게나 발전했기 때문에, 난 딥러닝 기술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밑에도 나올 ‘테이’의 사례를 보면, 딥러닝 기술이 그다지 긍정적인 것 같지만은 않다.
양날의 검, 인공지능
‘테이’의 부정적인 얘기 전에, 긍정적인 얘기부터 시작해 보자.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하여, 자아를 갖게 되고, 인간과 동등한 수준까지 끌어올려지면, 그리고 이 인공지능이 선하다는 가정 하에, 우리는 이 인공지능을 로봇 등에 탑재하여 독거 노인의 말동무나 아이들의 베이비 시터가 되어 주는, ‘친절한’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어떤 기업에서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스마트 TV를 이용해서 노인 지킴이 서비스를 제작, 발표할 예정이며, 강남구에서는 인공지능 로봇을 활용한 ‘튼튼 두뇌 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여기서는 인공지능 로봇이 어르신들께 운동과 춤 동작을 가르쳐 주며 건강도 관리해 준다고 한다. 이렇게 고도로 발전한 인공지능들이 활약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물론 여기도 부정적인 면은 있다. 자아를 가진 강한 인공지능이 반드시 선하리라는 보장은 없으며, 만약 모든 인공지능이 선하다고 해도 이 다양한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길 수많은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들은 어떡할 것인가?
이제 진짜 부정적인 면으로 들어가 보자.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는 ‘테이’라는 이름의, 트위터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본격적으로 테이를 가르치기 위해 트위터에 계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사람들과 대화하는 인공지능을 꿈꿨던 마이크로소프트의 꿈은 16시간 만에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대와는 달리, 사람들은 테이에게 인종 차별, 성 차별, 극단적인 정치적 발언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부적절한 정보가 이미 가르치고 나온 정보를 추월해 버림으로써 테이는 툭하면 문제 발언을 쏟아내는 인공지능이 되어버렸다.
인공지능, 그동안 인간의 영역으로 인식되어 온 부분을 쉽게 허물어버린 기적적인 존재, 잘 활용하면 독거 노인 문제나 아이 보육 문제를 쉽게 해결 해 줄 존재, 할아버지와 담소를 나누며 함께 바둑을 두게 될 수도 있는 존재. 하지만 이 인공지능도 안 좋은 면이 있었다. ‘테이’의 사례와 같이,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사람이 인공지능에게 부적절한 지식을 심어주면, 인공지능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결국 ‘악한’ 인공지능이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양날의 검 인공지능, 적절하게, 올바르게 사용해야만 우리 사회가 인공지능으로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미래는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과 바둑을 두고 있을 때도, 테이가 사람들에게 부적절한 말을 배우고 있을 때도, 나는 여태껏 인공지능이라는 놈들이 이렇게나 몰려올 줄은 몰랐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미래를 풍요롭게 해 줄 수도, 우리의 미래를 파멸시킬 수도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과는 다르다. 암울한 미래의 돌파구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안일한 생각만으로 현재를 어영부영 살아가는 것은 우리 미래를 끝장내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또 다른 의문을 던져줬다. “결국, 인류의 미래가 디스토피아로 빠져들면, 당신은 그 속에서 무엇을 외칠 것인가?” 나는 그 끔찍한 세상 속에서 “난 이따위 로봇들과는 다르다! 난 이것들이 못 하는 걸 할 수 있다고!”라고 외치고 싶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약점이 뭔지, 강점이 뭔지 알 수 없는 세상 속에서, 함부로 그 말을 외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하겠다. 여러분이 인공지능이 모든 일을 다 하고, 사람들은 누워서 유튜브의 자극적인 컨텐츠나 보며 뒹굴거리고 있는 끔찍한 세상에서 살게 된다면, 여러분은 세상을 향해서 무엇을 외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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