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주의] 수상한 택배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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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이 글을 Study For Us Community나 BitterSweets가 아닌 곳에서 보고 계신다면, 그 글은 불펌된 것이니 빨리 제르엘에게 알리고 치킨을 뜯는 게 좋습니다.

집에 도착해 보니 의문의 택배가 와 있었습니다.

택배 윗면과 아랫면에 적혀 있는 ‘전자기기 파손주의’… 저만한 상자에 들어갈 전자기기가 있으려나요…?

일단 뜯어보기로 하였습니다.

박스를 여니까 빼곡하게 들어있는 지역 신문… 발송지로 봐서는 의정부 지역 같습니다… 그나저나 전자기기는 어디 있는 걸까요…

여깄네요. 케이블. 그리고 뽁뽁이로 감싸진 의문의 물건.

대체 이 물건은 뭘까요…?

조심스럽게 뽁뽁이를 해체하자 나온 물건은…

놀랍게도 아이팟 클래ㅅ… 이 아니고 아이팟 나노 3세대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놈은 의정부에서 부천까지 중고로 팔려온 녀석입니다.

전 주인이 얼마나 잘 썼는지 뒷판이 거울마냥 반짝거립니다. 노트8이 다 비쳐 보이네요. 보시다시피 한국 내수용은 아닙니다.

사이즈 비교를 위해 집에 있는 애플 기기들을 총출동시켰습니다. 왼쪽부터 아이팟 셔플 4세대, 아이팟 나노 3세대, 아이팟 터치 1세대, 아이폰 5, 아이패드 프로 10.5인치 모델입니다. 척 봐도 굉장히 작은 크기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원을 넣어 보니까 테스트의 흔적이 보입니다… 액정의 줄은 원래부터 가 있었던 겁니다. 근데…

연결해 보니까 일본어네요? 아까 그 음악은 테스트의 흔적이 아니라 전 주인의 흔적이었나봅니다. 그나저나 저 보이스메모 한 번 열어보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었던 저는 그냥 밀어버렸습니다.

물건을 중고로 팔 때에는 개인 정보를 잘 지우도록 합시다.

아무튼 초기화 이후 언어 선택 화면이 등장합니다. 한글 폰트는 그 악명높은 애플고딕이므로 영어로 설정해 줍시다.

자, 초기 설정 끝났습니다. 언어만 선택하면 다입니다. 아무튼, 이 녀석은 노래 없으면 그냥 금속 덩어리이므로 음악을 넣어줍시다.

동기화 속도는 그럭저럭 느린 편은 아니었습니다. 접때 그 아이팟 터치보단 나은 것 같았어요. 같은 2007년 출시인데 말이죠.

동기화를 완료했습니다. 키노시타님께서 직접 그린 ‘はやくそれになりたい’의 MV 속 우나가 환히 웃어주는군요.

그때 그 시절의 커버 플로우입니다. 지금도 삭제된 걸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죠.

음악도 잘 나옵니다. 음질도 제가 막귀라서 그런 진 모르겠지만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결국 수상한 택배의 정체는 중고 아이팟임이 밝혀졌습니다. 사실 이 택배를 받은 건 12월 4일이었는데요. 이 망할 귀차니즘이 글을 2주하고도 나흘 뒤에 쓰게 만들어 주네요. 2주간 사용해 본 결과 액정의 줄은 평소에는 잘 신경 쓰이지 않으며, 배터리도 나름 갑니다. 하루는 버틸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역시 애플 기기 수명이 길긴 한가 봅니다. 이렇게 12년을 버텨왔고, 또 몇 년은 버텨낼 테니까요.

Don’t Copy That Floppy!